청담 스시오마카세 맛집 정대, 스시사이토 출신 셰프의 청어와 피문어

상호명 — 정대

서울 청담 정대 커버 이미지 — 스시사이토 출신 셰프의 츠마미 7 스시 13
정대 입구, 나무문 옆 돌벽에 正大 글자가 붙어 있는 장면

저녁 5시 반, 도산대로 뒷골목 안쪽에서 나무문 하나를 찾았습니다.

문패에는 한자로 正大 두 글자만 붙어 있고 간판이랄 게 따로 없어서, 지도 앱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어요.

청담 스시오마카세 정대, 이번에 대식가 푸디짱이 다녀온 곳입니다.

메뉴판을 보고 고르는 집이 아니에요, 여기는.

카운터에 앉으면 셰프가 그날 재료로 차례를 짜서 한 점씩 내주는 오마카세 코스로만 돌아갑니다.

이정대 셰프가 스시사이토에서 수련한 뒤 경희궁길을 거쳐 청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첫 방문이었고, 5시 반에 시작해 8시가 넘도록 앉아 있었어요.

흔히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궁금해하실 분이 많을 것 같아, 나온 차례를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그대로 적었습니다. 츠마미 일곱, 스시 열셋, 후식 하나입니다.

정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01 1층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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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표 한 장이 그날의 코스입니다

그날 들어온 생선과 산지를 적은 종이가 손에 들린 장면

자리에 앉자 종이 한 장을 건네주셨어요.

그날 들어온 재료와 산지를 두 줄로 적어둔 표였습니다. 이 종이가 그대로 순서예요.

  • 왼쪽 줄 일곱 가지가 먼저 나오는 츠마미입니다. 대나발소라·줄삼치·전복·장어·피문어·덕자·단새우
  • 오른쪽 줄 열세 가지가 그다음 이어지는 스시고요. 민어·금태·전갱이·참치 세 부위·전어·청어·보리새우·대합·성게·장어·김초밥

날마다 재료가 달라진다는 뜻이라, 저는 이 종이 한 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운터에 앉으면 셰프의 손이 다 보입니다

나무 카운터 안쪽에서 흰 조리복을 입은 셰프가 재료를 다듬는 장면

눈이 간 건 조리대였습니다. 조용했어요.

칸막이 없이 트인 나무 카운터라 손질하는 과정이 그대로 보입니다. 한 점씩 다듬는 동안 딱히 말이 오가지는 않아요.

원래 이런 조용한 자리를 편해하는 편은 아닌데, 여기서는 그 침묵이 오히려 집중하기 좋더라고요.


먼저 나온 츠마미 일곱 가지

1. 대나발소라 — 성게를 얹어서

결이 촘촘한 유리그릇에 흰 소라살과 주황빛 성게가 함께 담긴 차림

코스의 첫 접시는 울진 대나발소라였습니다.

결이 촘촘한 유리그릇에 소라살을 깔고 그 위에 성게를 올려주셨어요. 시작부터 성게가 나와서 조금 놀랐습니다.

소라는 쫄깃하고 성게는 부드러워서 한 숟갈에 두 식감이 같이 왔어요. 첫 점부터 맛있었습니다.

대바구니에 담긴 큰 소라 여러 마리를 셰프가 손님 쪽으로 내미는 장면

먹고 나서 재료도 보여주셨어요. 대바구니 가득 담긴 소라를 손님 쪽으로 내밀면서 이걸로 만든 거라고 짧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껍데기가 반들반들해서 살아있는 티가 확실히 났어요.


2. 줄삼치 — 껍질을 그을려 낸 회

붉은빛 살에 껍질을 그을려 붙인 회 위로 참깨가 뿌려진 돌 접시

제주 줄삼치가 이어졌습니다.

밥 없이 회로 나왔고, 껍질 쪽만 불에 그을려 향을 냈어요. 살은 붉은빛과 흰빛이 결마다 섞여 있고 참깨와 초록 양념 한 점이 곁들여졌습니다.

씹는 순간 껍질에서 고소한 향이 퍼지고 그다음 감칠맛이 따라옵니다. 한입에 넣기보다 두어 번 나눠 씹는 게 더 좋았어요.


3. 전복 — 조려서 두 조각

짙은 테두리와 흰 속살이 보이는 전복 두 조각이 간장 국물에 담긴 그릇

거문도 전복이 세 번째였습니다.

조려서 두 조각으로 냈는데, 짙은 테두리와 흰 속살이 결마다 나뉘어 보였어요. 국물이 그릇 바닥에 자작하게 고여 있고 와사비가 한 점 곁들여졌습니다.

전복은 질기기 쉬운데 이건 칼이 들어간 만큼 부드럽게 끊겼어요.


4. 장어 — 강화도산을 데쳐서

흰 살이 꽃처럼 벌어진 장어 위에 다진 부추 양념이 올라간 그릇

강화도 장어입니다. 조림이 아니라 데쳐서 나왔어요.

살이 꽃잎처럼 하얗게 벌어져 있고 그 위에 부추를 다진 양념이 수북하게 올라갔습니다.

씹으면 담백한데 양념 덕에 심심하지가 않아요. 장어를 이렇게 먹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5. 피문어 —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간장 양념에 조린 문어 다리 두 점이 사기 그릇에 담긴 차림

포항 피문어였습니다.

문어 요리는 으레 차갑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건 온기가 남아 있었어요. 이 온도감이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빨판이 선명한 다리를 통째로 조려 냈고 양념이 그릇 바닥에 고여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으니 뚝뚝 끊기지 않고 쫄깃하게 붙어 있어요. 간이 세지 않아 문어 본연의 단맛이 잘 살았습니다.


6. 덕자 — 따뜻한 소스를 깔아서

흰살생선 한 점에 주황빛 가루가 뿌려지고 따뜻한 소스가 깔린 그릇

고성 덕자는 따뜻한 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흰 살 위에 주황빛 가루를 뿌리고, 그릇 바닥에 따뜻한 소스를 깔아줬어요.

소스를 살에 묻혀 먹으면 온기가 그대로 옵니다. 츠마미 중에 이게 제일 좋았어요.


7. 단새우 — 츠마미의 마지막

붉은빛 새우살이 밥에 소복이 올라가고 와사비가 곁들여진 그릇

울진 단새우로 왼쪽 줄이 끝났습니다.

깍둑 썬 새우살을 밥에 소복하게 올리고 와사비를 한 점 얹어줬어요.

씹으면 단맛이 확 퍼지는데 물컹하지 않고 탱글탱글합니다.

여기까지가 츠마미고, 이제부터 오른쪽 줄 스시가 시작됐어요.


이어서 나온 스시 열세 점

8. 민어 (완도)

흰 살을 올린 초밥 한 점이 돌 접시에 놓인 차림

스시의 첫 점은 완도 민어였습니다.

결이 살아 있는 흰 살이었고, 밥이 작아서 생선이 그대로 입에 들어옵니다.

간장을 따로 찍지 않아도 될 만큼 간이 이미 배어 있더라고요.


9. 금태 (제주)

분홍빛이 도는 흰살생선 초밥 한 점

제주 금태가 이어졌습니다.

살에 분홍빛이 살짝 돌았고 표면이 매끈했어요.

민어보다 기름기가 조금 더 느껴지는 쪽이었습니다.


10. 전갱이 (통영)

은빛 껍질을 붙인 초밥 위에 초록 양념이 한 점 올라간 차림

통영 전갱이였습니다.

껍질에 잔칼집을 넣어 식감을 살렸고 위에 초록 양념을 한 점 얹었어요.

씹을수록 껍질의 탄력과 살의 부드러움이 같이 느껴집니다.


11~13. 참치 세 부위 — 붉은살, 중뱃살, 대뱃살

붉은빛이 진한 참치 붉은살 초밥

재료표대로 참치가 세 점 이어졌습니다. 붉은살부터예요.

마블링이 섞이기 시작한 참치 중뱃살 초밥

두 번째가 중뱃살입니다. 붉은 살 사이로 흰 결이 섞여 들어와요.

흰 마블링이 촘촘한 참치 대뱃살 초밥

마지막이 대뱃살이었어요. 색이 눈에 띄게 옅어지고 마블링이 촘촘해집니다.

세 점을 나란히 먹으니 차이가 확실했어요. 뒤로 갈수록 입에서 녹는 느낌이 진해집니다.


14. 전어 (삼천포)

은빛 줄무늬 껍질을 붙인 초밥 한 점

삼천포 전어였습니다.

전갱이처럼 은빛 껍질을 살렸는데 줄무늬가 더 또렷했어요.

식감은 전갱이보다 조금 단단합니다. 저는 이 집 스시 중에 전어가 제일 좋았어요.


15. 청어 (속초) — 김에 싸서 손으로

김에 싼 청어 초밥 위에 얇게 저민 다시마와 깨가 올라간 것을 손에 들고 있는 장면

속초 청어는 김에 싸서 손으로 건네주셨습니다.

푸른빛 껍질 위에 다시마를 젤리처럼 얇게 저며 올리고, 그 위에 깨를 뿌렸어요. 김이 밥을 감싸고 있어서 젓가락 없이 그대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먹으라고 하셔서 바로 입에 넣었어요. 김의 향이 먼저 오고, 다시마의 매끈한 식감과 등푸른 생선 특유의 맛이 뒤에 따라옵니다. 이 한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16. 보리새우 (통영) — 산 채로 보여주고 초밥으로

살아있는 줄무늬 보리새우 여러 마리가 무늬 그릇에 담긴 장면

통영 보리새우도 재료부터 보여주셨습니다.

줄무늬가 선명한 새우가 그릇 가득 살아 움직이고 있었어요. (손질하는 동안 옆에서 계속 지켜봤습니다.)

껍질을 익힌 보리새우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간 초밥

얼마 지나지 않아 초밥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붉은 줄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고, 탱탱하게 씹히는데 단맛이 진하게 남더라고요.


17. 대합 (볼음도)

결이 살아있는 담황색 조개살 초밥에 간장이 발린 차림

볼음도 대합이었습니다.

데쳐서 결을 살렸고, 붓으로 바른 듯 간장 양념이 은은하게 발려 있었어요.

쫄깃하다기보다 부드럽게 씹힙니다. 조개 향이 진하게 남는데 비리지가 않아요. 이것도 손에 꼽습니다.


18. 성게 (북해도) — 이번엔 초밥으로

김으로 두른 밥 위에 주황빛 성게알이 가득 올라간 군함 초밥

북해도 성게가 초밥으로 나왔습니다.

첫 접시에서 소라 위에 올라갔던 그 성게를, 이번에는 김으로 두른 밥에 가득 얹어 냈어요.

같은 재료를 코스 처음과 뒤쪽에서 다르게 만난 셈입니다. 비린 맛 없이 단맛만 진하게 남더라고요.


19. 장어 (덕적도) — 이번엔 초밥으로

장어 소스를 발라 윤기가 도는 장어를 올린 초밥

앞서 츠마미에서 강화도 장어를 데침으로 받았는데, 이번엔 덕적도산이 초밥으로 나왔습니다.

같은 생선을 다른 산지, 다른 방식으로 두 번 만난 셈이에요.

구운 장어에 장어 소스를 발라 윤기가 돌았습니다. 밥알과 같이 넘기면 감칠맛이 오래 남았어요.


20. 김초밥 — 코스의 마지막

노란 계란말이 한 조각과 재료를 채운 김초밥이 나란히 놓인 차림

재료표의 마지막, 김초밥이었습니다. 계란말이가 같이 나왔어요.

김초밥은 속에 채소와 조림 재료를 여러 겹 채워 말았는데, 한입 베어 물면 단면이 알록달록하게 드러나던데요.

계란말이는 층이 촘촘하게 겹쳐 있었고, 씹으면 단맛이 살짝 돌았습니다.


후식은 복숭아였습니다

흰 복숭아 조각과 작은 숟가락이 유리 접시에 놓인 상차림

마지막은 과일이었습니다. 시원했어요.

얇게 썬 흰 복숭아가 유리 접시에 담겨 나왔고 작은 숟가락이 같이 왔어요.

단맛이 강하지 않고 과즙만 딱 적당해서, 앞서 먹은 생선 맛이 깔끔하게 정리되더라고요.

그릇을 비우고 나니 시계가 벌써 8시를 넘겨 있었습니다.


처음 가시는 분이라면

단품으로 골라 먹는 곳이 아니라, 셰프가 짜준 차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코스입니다.

카운터 위주라 조용히 앉아 먹는 걸 편해하시는 분께 더 잘 맞아요.

한 자리에 세 시간 가까이 머무는 구성입니다.

뒤에 다른 약속이 있다면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시는 게 좋습니다.

정해진 차례대로 나오는 방식이라 특정 메뉴만 더 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편이에요.

일행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자리보다는, 한 점씩 집중해서 먹고 싶을 때 가시길 권합니다.


방문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주차 — 건물 지하로 들어가시면 지하 1층에 발렛 부스가 따로 있습니다. 부스 앞에 차를 두고 내리시면 알아서 주차해주세요. 길에서 헤맬 일은 없습니다.
  • 영업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고 일요일과 월요일은 쉽니다.
  • 오마카세 디너 코스로만 운영되고, 예약제로 자리가 채워집니다.
  • 카운터 좌석 위주라 인원이 많으면 미리 문의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 정확한 위치와 영업시간은 상호명으로 지도 앱에서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총평

청담에서 카운터 오마카세를 찾으신다면, 정대를 후보에 넣어보실 만합니다.

스무 점이 편차 없이 고른데, 굳이 꼽으라면 츠마미는 피문어와 덕자, 스시는 전어·청어·대합이었어요.

참치나 성게처럼 이름값 있는 재료보다 이쪽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게 이 집의 재미입니다.

성게와 장어를 코스 앞뒤에서 다른 방식으로 두 번 내주는 짜임도 좋았어요.

재료표 한 장으로 스무 가지 코스를 차례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셰프님 손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자리라 사진 찍는 재미도 있었어요.

다음 편은 어디로 가볼까요? 댓글로 추천 남겨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이어 보기

— 대식가 푸디짱의 미식이야기 (@efoody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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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01 1층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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